오토튠을 이용한 힙합 믹싱

오토튠을 강하게 걸어서 힙합 믹싱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Antares Auto-Tune Pro를 이용해서 믹스를 했는데요. 특히 이번 버전에 추가된 하모니 플레이어가 유용했습니다.

오토튠은 기계음이라는 선입견을 우선 갖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Antares 제품은 생각보다 클린한 편입니다. (물론 클린의 기준이 장르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게다가 더욱 지저분하고 더러운 '오토튠 효과'를 요구했기 때문에 오토튠 제품만으로 그런 느낌을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기성 음반에서 들었던 기계적인 소리와 과격한 사운드는 오토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디스토션을 포함해 포먼트 변조, 화음 생성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더해줘야 합니다. Auto-Tune Unlimited 제품들을 리뷰하면서 Antares의 다른 제품들이 이런 효과를 의도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디스토션 계통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특히 Heavyocity의 신제품 MicroFX도 활용됐습니다.

오토튠 소리가 깔끔하게 잘 걸리려면 우선 보컬들의 기본적인 멜로디가 어느 정도 음계에 맞게 잘 정돈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Synchro Arts의 RePitch는 이런 작업에서 자동으로 빠르게 음계를 정렬해 줘서 편리했습니다. 오토튠을 걸기 전에 먼저 한번 걸어주면 됩니다.

혹은 Auto-Tune Access처럼 간소화된 제품을 먼저 걸 수도 있겠지만 저는 RePitch를 사용해 봤습니다. 물론 보컬의 상태(랩 위주인지, 싱잉 위주인지)와 어느 정도 튠이 필요한지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RePitch를 먼저 걸지 말고 오토튠 프로에서만 좀 더 정교하게 작업했다면 더 독특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고요.

어쨌든 제 기준에서 음의 이동은 깔끔하면서도 거칠고 '로보틱'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작곡에서 녹음 및 편집, 믹싱, 마스터링 단계 연장선으로 보고 설계해야 잘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빠른 속도의 VCA 컴프레서를 사용해 보컬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고요. Lindell 50 Series 콘솔 에뮬레이션 플러그인으로 컴프레서와 이큐 작업을 모두 했습니다.

리버브와 세츄레이션을 담당하는 버스 트랙을 따로 만들어 각각 보컬들의 버스 채널에서 라우팅했습니다. 빠르고 간편하게 전체적인 공간감과 고음역대 세츄레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문제 해결을 하기도 쉽습니다.

이런 작업에 빈티지 계통 플러그인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실험적으로 API 콘솔을 에뮬레이션한 Sonimus의 A-Console도 사용해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룹으로 지정된 버스 트랙들의 게인스테이징을 하나의 플러그인에서 바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다만 좀 더 다이내믹 레인지를 낮추고 뭉개지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Push 버튼을 사용해 봤는데 어울리지 않는 듯해서 제외했습니다. 좀 더 빈티지한 올드스쿨 장르에 어울릴 듯합니다.

원래 이런 제품은 잘 안 쓰는 편이긴 한데, 보컬이 비트를 더 뚫고 나올 수 있도록 Mastering The Mix의 FUSER를 사용해 봤습니다. 사실 FUSER의 퀄리티가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음악 자체가 거칠기도 하고 클린함을 희생하더라도 더 과격한 효과가 필요하다 생각해 사용해봤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