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제작 비용 0원, 음악의 가치도 0원

내가 크레이그 앤더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케이크워크 포럼 및 서적을 통해서였다. 지금은 MixOnline에서 Open Channel이라는 칼럼을 통해 음악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내고 계신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의 논란이 되는 발언에 대해 칼럼을 쓰셨다.

논란이 된 것은 다니엘 에크가 "콘텐츠 제작 비용이 0에 가깝다"는 발언이다.

사실만 놓고 보면 콘텐츠 제작 비용이 매우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0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크레이그 앤더튼은 오히려 "음악의 가치가 0에 가깝다"고 말하며 음악의 가치 절하에 스트리밍 업계가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글에서는 지금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분노도 느껴졌는데, 이들은 독창적인 음악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음악을 가져와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만 한다고 비판한다. 정액제를 통한 스트리밍 수익 분배 방식 및 적은 로열티 지급률 등도 지적한다.

한편 시장 경제 속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지적한다. 음악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압도적이므로, 디플레이션을 유발해 음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크레이그 앤더튼의 글에는 음악의 가치에 청취자의 취향, 선호도가 고려되지 않았다. 다만 다수의 알고리즘과 노출률이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지금, 개별 음악의 개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니엘 에크의 '0에 가까운 제작 비용' 발언이나 AI를 통한 음악 제작의 민주화 같은 주장은, 형식적으로는 음악 제작의 문턱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현상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과잉 공급과 가치 절하를 야기하고 있다. 즉, 소비와 수익 분배의 변화가 없다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실제로 지금의 기술 수준이나 AI의 발전 방향은 제작 비용을 낮추고 제작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음악의 과잉 공급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한 아티스트가 지금 스트리밍 시장에서 순수한 경쟁으로 음악적 흥행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스트리밍을 유도할 수 있는 아티스트 개인의 브랜딩과 마케팅 채널이 중요한 시점인데, 이 점에서 스트리밍과 브랜딩이 통합된 플랫폼(예를 들면 유튜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