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ixing

제가 믹싱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스튜디오에서 자잘한 녹음을 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보컬이나 기타 녹음을 한 뒤 가이드 파일을 익스포트한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도,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가이드에는 간단한 볼륨 밸런스, 리버브 같은 변형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작은 EQ 변화, 아주 살짝의 컴프레션으로 피크를 줄이는 등의 시도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믹싱의 기초적인(하지만 핵심적인) 일들을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며 녹음과 믹싱에 대해 배워갔지만, 스튜디오가 폐업하면서 계속 공부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자취방으로 오래된 윈도우 컴퓨터 하나를 들고 가 작업용으로 뜯어 고쳤습니다. 스피커도 없이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헤드폰, Beta58 마이크 하나를 가지고 스스로 홈레코딩을 하고 믹싱을 했습니다.

처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에 시간이 남을 때마다 수많은 사이트와 서적을 뒤져가며 공부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좋은 작업실과 스튜디오에 방문해 좋은 마이크와 프리앰프, 컨버터, 스피커를 사용할 기회를 구했습니다.

지금은 더 좋은 홈레코딩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고, 믿고 중요한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경험해 온 것을 정리하면서,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했고 이것이 음악 웹진 '월간 믹싱' 운영 방향의 기반이 됐습니다.

월간 믹싱은 믹싱에 대해 주로 다루지만, 믹싱은 음악 작업의 중반부에 위치한 하나의 단계일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고민은 결국 하나의 음악을 잘 완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믹싱 이전의 것(작편곡과 레코딩, 에디팅)과 믹싱 이후의 것(마스터링과 유통, 마케팅, 스트리밍 시장)에 대해 같이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음악 작업을 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기타 녹음 세션을 하지만 그전에 어떻게 곡이 편곡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곡을 완성해 나갈 것인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믹싱 작업을 의뢰받을 때도 편곡 및 전체적인 프로덕션에 대한 진행 상황까지 같이 공유받아야 원활하게 작업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혹자는 믹싱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라고도 말합니다. 만약에 제가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 가지지 않고 오로지 믹싱 기술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어떤 사람(예를 들어 프로듀서)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준다면, 저는 시키는 대로 EQ와 컴프레서, 리버브, 딜레이를 추가해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프로듀서들은 대개 같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그 대화에는 예술의 영역이 들어가기 때문에 때문에, 질문을 받는 저도 예술을 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회사에 속해있지 않는 한 많은 뮤지션들은 프로듀서가 없거나, 직접 스스로 제대로 된 프로덕션을 진행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아 바쁘다는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세상에 계속 좋은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가들이 모두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함께 좋은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연주자, 엔지니어, 프로듀서 등 다양하게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 입니다.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입니다.